환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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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의사 국시 재응시보다 시급한 문제

2020.10.15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의협과 전의협, 의대생들까지 대한민국 의료인들의 단체행동이 있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의료인들의 단체 행동에 어느 누구도 손을 쓸 수 없었다. 정부는 코로나 상황에서 단체행동이 길어져 사망자가 더 발생할까 전전긍긍했고, 환자와 가족들 또한 자신들의 치료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했다. 


의료인들의 단체행동은 과연 대단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당연히 확충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공공의료 인력에 대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고, 어쩌면 앞으로 이 땅에서 의사 인력을 늘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단체행동으로 의료인들은 원하던 목적를 이루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목적은 전문가다운 과학적 근거와 논리로 달성한 것이 아니라, 생사여탈권이라는 실력 행사를 통해 이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죽어가는 환자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의료인들의 요구가 수긍할만하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재발급되는 의사면허의 문제이나,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해야할 의료인들이 치료거부권을 요구하는 문제, 차량의 블랙박스는 잘 사용하면서 수술실 CCTV는 절대로 안된다는 문제, 끝없이 발생하는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 등 현재 의료인들이 누리는 특권과 남용되는 권력은 이번 단체행동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의 재응시 문제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절대적인 의료 인력의 부족은 없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던 의료인들이 겨우 한 해 국시 응시 인원이 줄어들면 당장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날 것 마냥 재응시 기회를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다.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른 후 전공의가 되고 대부분의 암환자들이 그 전공의들에게 치료를 받게 된다.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들에게 맡겨진 과중한 업무와 그로 인해 마주칠 때마다 오히려 측은한 마음을 가졌던 암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재응시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단체행동은 반드시 유지해야할 수술실, 응급실, 투석실 등 필수의료를 내팽개치고 이루어졌기 때문에 불법 단체행동이고, 그 기간 동안 사망한 환자들이 있으며  아직 그 인과관계가 밝혀지지도 않았다. 수술과 치료를 앞두고 일정이 미뤄진 환자들의 불편과 피해에 대한 사과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의대생들이 진료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의료인들의 특권과 권력 남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환자와 국민들은 이번 불법 단체행동으로 인해 한번 더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환자와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인질극을 벌인 의료인들의 실력행사에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이 와해된 경험을 한 상황에서 국시 재응시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 여부보다 시급한 문제는 발생한 응급환자 사망과 불법 단체행동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단체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환자와 국민들의 불편과 손해를 산정하는 일이다. 올해 의대 졸업생 수가 줄어드는 일보다는 필수 의료가 중단되는 이런 사태의 재발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의료인의 특권과 권력 남용과 비리들을 어떻게 청산하고 척결할 것인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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