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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원격, 비대면 의료 논란에 대하여

2020.06.20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 국민적 화두다. 살갑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대신 비대면과 서로 멀찍이 떨어지는 것이 적극 권장되고 있다. 그 와중에 감염 위험 때문에 의료기관 방문이 위험한 만성질환자들에 대해 전화 상담을 통한 진단이나 처방이 일시적으로 허용되었고, 이 비상 상황에서의 일시적인 조치가 원격의료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원격의료는 환자와 의사가 먼거리에서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해서 진단이나 처치, 수술, 처방 등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들을 감안해서 최근 비대면 의료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의미가 변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원격의료는 환자와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의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술이었지만 최근에는 멀리 떨어져서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감염 예방을 위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이 더 강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환자의 건강정보를 활용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문제도 함께 거론되면서 여러가지 논란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논란은 기술의 발달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문제들이며 그 흐름을 거스르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의 특성을 감안해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우려와 논의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전통적인 진료의 기본은 환자와 의사가 마주 앉아 증상을 듣고, 안색과 호흡을 살피고, 소리를 듣고 만져봐서 알게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진단을 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이렇게 여러가지 감각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대면 진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면에 혈액검사를 비롯한 각종 영상진단검사 기술이 발달하고 진료 시간은 짧아지면서 문진을 비롯한 시진, 청진, 타진, 촉진을 활용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는 환자보다 모니터를 훨씬 더 오래 보고, 서로 눈 한번 마주치기 힘든 경우나 청진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전통적인 대면 진료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드라이브 스루를 비롯한 감염 예방책들이 고안되면서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리적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달과 환경의 변화에 대해 원격의료를 활성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우선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원격의료 기술은 아직 안전하지도 않고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 이번 비상조치도 기존의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상담이나 재처방 정도만 가능했을 뿐 처치나 수술은 커녕 진단과 처방마저도 오진과 약화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웠다. 

물론 환자의 생체 징후를 비롯한 건강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다양한 디바이스들이 개발될 것이고, 화상을 통해 환자와 의사가 소통할 수 있는 기술들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유효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이상 대면의 필요성이 적고 비침습적인 분야부터, 경증 질환부터, 지역별로 단계적으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원격 검사나 측정, 상담 정도는 고려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진단에 보조적인 도움을 주는 정도일 뿐, 원격으로 진단과 처치, 수술, 처방을 모두 할 수 있는 원격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앞서 나간 주장이다.


원래의 목적인 의료접근성 향상 또한 원격의료만이 유일하고 시급한 대안은 아니다. 한국은 모든 국민이 같은 시간대를 공유할만큼 국토가 좁고 인구 밀집도 또한 높다. 환자와 의사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서 물리적 거리를 최우선적으로 극복해야할 환경은 아니라는 의미다. 

산속이나 섬과 같은 지형적 특성이나 거동이 불편해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일부 있겠지만 환자가 의사에게 가기 힘들면 원격 의료가 아닌 의사가 직접 환자를 찾아가는 왕진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원격 의료가 정보 통신 기술의 활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건강에 관한 매우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 오남용 되었을 때의 문제점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통해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특성을 감안할 때 병력이나 투약 기록, 상담 기록 등이 유출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범죄나 차별, 불이익 등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치료를 위해 기록하고 보관하는 민감한 건강정보들이 유출되는 것을 반길 국민은 아무도 없고,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체 원격 의료를 논하는 것 또한 무책임한 일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원격의료를 말할 때마다 산업적, 경제적 효과를 들먹이는 것이다. 의료 기술은 산업과 경제를 위해 개발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위해, 가난한 사람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한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의료 기술이 아무리 많이 개발되더라도, 결국 가난한 사람은 쓰기 힘들 만큼 비싼 경우는 지금도 허다하다.

치료비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정부는 의료 기술을 통해 산업적,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누릴 자신이 있는지 의료적 필요성보다 산업, 경제적 필요성을 자주 강조하고 그때마다, 의료를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 영리화에 대한 걱정을 떨치기 힘들다.


원격의료의 미래에 관한 화려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우려되는 이런 상황들 때문에 원격의료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정책적 과제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감염 예방을 위해 혹은 비효율적 진료를 개선하기 위해 원격 검사와 측정, 상담을 위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는데 힘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환자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도록 단계별로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해서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우선 순위를 따진다면 환자와 의사의 물리적 거리에 집중하는 원격의료보다는 진료 시간과 심리적, 감정적 거리에 대한 고려가 우선이다.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3분 이상은 대화하기 힘든 현실의 장벽은 여전하고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의 가능성이 크더라도 아직은 대면의료의 가치를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국가가 추구해야할 의료는 질환의 치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형성하고 평소 건강을 관리, 유지해서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의료이고, 이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간의 원활한 소통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마음만은 멀어지지 말자는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