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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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와 오프라벨 처방에 관하여

2017.08.22

오늘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에 대한 기대가 컸던 반면, 부담되는 비용이 걱정이던 환자들의 부담은 덜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의 적응증은 진행성 폐암과 흑색종으로 제한되었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지만 면역항암제를 처방받아 효과가 있었던 환자들에 대한 처방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번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면역항암제의 오프라벨 처방 문제는 한시가 급한 암환자들의 혁신적인 신약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발생한 것 같습니다. 항암제는 정맥 주사를 통해 심장을 거쳐 전신에 작용하게 됩니다. 각 항암제마다 적응증이 정해져있지만 위암 치료제가 위에만 작용하지 않고, 간암 치료제가 간에만 작용하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위암 치료제라고 해서 간암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간암 치료제라고 해서 위암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최대한 많은 암종에 대해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이전의 치료제와 그 효과, 비용 등을 비교해서 충분한 근거가 있으면 적응증이 확장됩니다. 문제는 환자 수가 적은 희귀 암종이나 소아, 임산부 등 특정 환자에 대한 임상실험은 경제적 문제 때문에 임상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오프라벨 처방을 하지 않으면 치료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오프라벨 처방이 이루어져 왔고, 근거중심의학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면역항암제는 2세대 표적 항암제에 이어 환자 몸속의 면역체계를 활용하는 3세대 항암제로서 수많은 암환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아직 임상 결과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암종과 상관없이 사용해보고 싶은 급박한 환자가 있고, 더구나 부작용도 기존에 비해 적다고 하니까 부담도 적습니다.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가 입증되지 않은 모든 항암제를 사용할 수도 없고, 현재 사용중이며 효과도 있는 환자들의 신약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도 어려운 힘든 문제입니다. 근거중심 의학을 지향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지만 충분한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 마련이 모든 환자나 질환에 대해 진행되기 어렵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은 꼭 마련되어야 합니다.

 

먼저 가장 시급한 부분은 당장 처방이 중단되면 사망 가능성이 있는 면역항암제 복용 중인 환자에 대한 처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처방 과정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당장 효과가 있고 생존해있는 환자에 대한 의약품 접근권은 보장해야 합니다.

 

둘째, 오프라벨 처방의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내 임상시험 결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해외의 적응증도 기준이 될 수 있고, 임상논문은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케이스스터디 정도의 근거라도 있다면, 더 이상의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오프라벨 처방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의 오프라벨 처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고, 환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셋째, 오프라벨 처방은 최선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처방 후 관리도 꼭 필요합니다.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부작용 및 위험성에 대한 감시와 관리를 위한 능동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최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적응증이나 금기를 확정해야합니다.

 

넷째, 제약사는 적응증 확대를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의약품은 단순한 재화가 아니라서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임상시험과 생산, 공급을 결정할 수 없는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재이기 때문입니다. 제약사가 적응증 확대를 위해 노력할수록 오프라벨 처방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섯째, 오프라벨 처방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오프라벨 처방 자체가 큰 위험을 감수하는 임상시험인 셈이고, 이미 면역항암제에 대한 임상시험에는 대한민국의 암환자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습니다. 임상시험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마련되기 전에는 조금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오프라벨 처방을 금지할 수 없다면 효용과 위험요인을 파악해서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하루 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