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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의사파업 사태와 제2차 의정 협의결과에 대한 환자단체들의 공식 논평

2014.03.25

<논평> 24일 의사 전면파업 중단 결정은 환영할 일이나 환자 생명 불모로 한 의사파업은 정부와 의협 모두에게 비난과 불신의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아무도 정부와 의협을 믿지 않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월 10일 하루 파업을 한 후 24일부터 6일간은 응급실, 중환자실까지 포함해 전면파업을 하겠다며 배수진까지 치며 환자와 정부를 위협했다. 그러자 정부는 기존 강경대응 입장을 철회하고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의협과 실무협상을 진행했고, 17일 제2차 의정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의정 협의 결과가 발표되자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시민사회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일제히 의협과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언론과 방송은 기다렸다는 듯이 마침내 의협이 “의료수가 인상”이라는 본색을 드러냈다며 강도 높은 비판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법률상 의정 합의만으로는 절대 추진될 수 없는 제도개선까지도 백기 든 패잔병처럼 의협에게 약속해 주었다.

 

의협은 “원격진료 반대, 영리영리화 반대, 건강보험제도 개혁”이라는 3가지 아젠다(Agenda)를 의사파업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의사들의 파업은 의료수가 인상이 아닌 ‘원격진료’와 ‘영리자법인’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을 막는 것이라며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래서 “의료민영화” 반대운동의 선봉에 섰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심어지 참여연대까지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파업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릴레이로 발표했다. 그런데 17일 의정 합의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단체들이 가장 먼저 ‘밀실야합, 반사회적 합의, 월권행위 등’ 과격한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의협과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먼저 의협이 파업 명분으로 제시한 3가지 아젠다에 대한 의정 합의결과를 한번 꼼꼼히 살펴보자.

 

첫 번째,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에 대해서는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고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는 의협의 의견을 반영해 의협과 정부가 공동으로 수행한다고 합의했다. 아리송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의협이 포괄적 원격진료를 반대가 아닌 조건부로 수용한 것이다.

 

두 번째, 의료영리화라는 비판을 받아 온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해서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시 진료수익의 편법 유출 등 우려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의협,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가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의견을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이 또한 의협이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세 번째,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는 방향으로 올해 안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수가 협상 결렬시 공정한 수가결정이 가능하도록 건정심 산하에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를 구성·논의 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건정심은 의료수가 및 건강보험료, 건강보험 보장성 우선순위 등 건강보험 관련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다.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의료수가 인상에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중증질환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건정심이다. 건정심을 의사에게 유리하게 개편하는 것은 의료수가를 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의협은 파업의 핵심 명분이면서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의 지지까지 얻었던 원격진료 반대와 의료영리화 반대는 그럴듯하게 포장해 정부에 양보하고, 수가인상의 통로가 될 건정심 구조를 의사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전리품만 챙기는 속칭 ‘삼류 드라마’ 한편을 연출한 꼴이 되었다.

 

그나마 이번 의정 협의 결과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우리나라 전공의의 최대 주당 근무시간을 88시간에서 48시간으로 규정한 유럽이나 80시간으로 규정한 미국을 참조해 단계적 하향조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전공의의 근무조건은 의료의 질과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전공의 근로조건 개선은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는 중요한 아젠다이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의협은 환자의 생명을 인질로 정부를 협박해 건정심 구조개선 약속을 받아냈고, 국민과 환자와 시민사회단체의 입을 막기 위해 ‘의료영리화 반대’라는 할리우드 액션을 연출했다. 우리 환자들과 국민들은 의협의 이러한 모든 행보를 다 지켜보고 있었다.

 

정부 또한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영리자법인 도입 방침을 철회하기는커녕 의협 이외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까지 끌어들여 논의기구 형태로 교묘하게 추진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원격진료도 도서·산간·벽지 등과 같이 의료접근권이 지리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등 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우선 허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협에게 건정심 구조개선 약속이라는 당근을 주는 방법으로 의료기관 이용이 신체적으로 가능한 장애인이나 노인 그리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까지도 시범사업을 통해 포괄적 원격진료 추진 가능성을 열어 놓게 만들었다. 야합이라는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환자들은 지난 3월 3일과 7일 두 번씩이나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해야지 왜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마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환자를 인질로 삼아 정부를 협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아무리 명분이 타당해도 누구에게도 지지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우리 환자단체들은 앞으로 시민사회단체, 소비자단체와 함께 의정협의 결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칠 것이다. 아울러 우리 환자단체들은 의료영리화 정책을 의료계나 국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의사총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와 환자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협박한 의협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정부도 이제는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길 촉구한다. 의료계 내 주요 현안 논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제도의 개선은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도 함께 참여하는 환자중심의 보건의료정책 협의가 필요하다. 이는 의료영리화, 원격진료 이슈는 말할 것도 없고, 건정심 구조개선 또한 의료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국민과 환자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4년 3월 24일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카노스, 암시민연대, 한국환자단체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