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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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총파업! 지지하고 싶지만...

2014.03.05

의사 총파업? 지지하고 싶지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구체적인 파업 일정을 공개하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치료 중인 환자는 물론이지만, 치료가 끝난 후 추적 관찰 중인 암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약간의 의료 공백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은 가운데 암시민연대의 의견을 알리고자 합니다.

 

우선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파업을 해도 되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집단적으로 생산활동이나 업무를 중단함으로서 자본가에 맞서는 투쟁방식입니다. 헌법이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인정하는 단체 행동권으로서 파업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동안 의사들이 보여준 파업은 대부분 소위 밥그릇 싸움의 모습만을 보여왔습니다. 이번 파업에 찬성한 의사 가운데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 수많은 노동계의 이슈에 대해서 침묵해왔고, 의협 자체가 노조와는 엄격히 구분되는 형식을 띄고 있고, 실제 자본가이자 고용주인 병원에 대항해 의사들이 파업한 경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의사들의 파업 자체를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통해 민간의료기관들도 수입의 상당 부분을 건강보험 수가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보건 의료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개진하고 잘못된 제도나 정책에 대한 반대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집단행동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암시민연대는 의사들도 파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이유와 목적, 방법 등이 정당하다면 적극 지지하고 싶습니다. 전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정부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의협의 파업은 지지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파업의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모든 파업은 노동자 대표와 고용주 사이에 벌어진 노동조건 협상, 즉 단체교섭이 결렬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의협은 이미 지난 218일 보건복지부와 함께 원격의료, 투자활성화 대책, 의료제도 개선 등에 대해 합의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 국민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들에 대해 실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은 배제하고, 정부와 의협이 오붓하게 합의를 하고 결론을 낸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정부가 일방적인 발표를 한 것도 아니고, 복지부 협상단과 의협 협상단의 공동 기자회견이 이루어졌습니다.

 

수많은 비판과 비난이 있었고, 그 합의마저 단 몇 시간 만에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다행일지 몰라도 실제 의협이 파업에 까지 이르게 된 이유를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음은 파업의 목적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반대, 의료 영리화 반대, 건강보험 체계 개선을 위해 파업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의사 파업이 건강보험 체계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건강보험 수가 인상에 집중되었다면, 이번에는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화 저지라는 명분이 더해져서 많은 국민들이 의사협회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요구사항들에는 과연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겨 있을까요?

 

먼저 원격의료의 경우 현 정부가 진행하고자 하는 시범사업은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의료를 위한 원격의료가 아닌 시장을 위한 원격의료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러 가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인간의 생체 신호를 감지하고 측정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고 결국 의료에도 활용될 것이라는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것을 시장을 위한 기술로만 보고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많은 부작용이 문제이지,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기술로 보고 활용 가능한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어쩌면 의사들이 먼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현재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원격의료에 많은 문제가 있더라도 원격의료 자체를 휴대폰 진료라고 평가절하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의료 영리화 반대인데, 그동안 의협은 국내 의료기관의 대부분은 민영 의료기관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꾸준히 주장해왔습니다. 실제 지난해 1215일 개최된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의도하지 않게 의사들이 의료민영화를 반대했다는 기사가 나와 당황스럽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의료 민영화는 반대하지 않지만 의료 영리화는 반대한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단순히 단어의 개념 정의에 따른 혼란으로만 보기에는 그동안 의협의 일관된 입장과 관치 의료를 적극 반대한다는 상반된 요구 사항 등이 그 진심을 의심하게 합니다.

 

세 번째 건강보험 수가 인상은 의협의 진심을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보건 의료계의 모든 불합리함은 저수가 때문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오던 기존의 의협의 입장과 유일하게 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전 국민의 건강을 위해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의료영리화를 반대하고,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건강보험 수가 인상이라는 실제 목적을 위해 여론의 호도와 합의의 도구로서 다른 것들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이후 파업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직 의협의 진심, 진정한 목적을 현재로서는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이번 파업의 방법입니다. 의협은 10일에는 필수진료를 제외한 전면 휴진을, 11~23일에는 준법진료 및 준법근무를, 24~29일에는 필수진료인력을 포함한 전면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24~29일 동안에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의사들도 전면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파업도 권리이지만 지켜야할 절차는 있습니다. 병원은 필수공익사업(업무의 정,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과 국민 경제를 아주 위태롭게 하는데다 그 업무를 대체하기 어려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어 있고, 필수 진료 인력은 파업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절차를 외면하고 생명 존중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의사라면 선택할 수 없는 최악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의협의 파업이 왜 일어나게 되었고, 실제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더라도 그들이 명분으로 내건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화 저지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불의의 사고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있고,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의협은 이들을 외면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설사 그들이 아무리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있고, 설사 세상을 구한다는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로 인해 누군가의 생명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암시민연대는 이번 파업을 절대로 지지할 수 없습니다.

 

암시민연대는 의협이 죄없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테러에 가까운 파업을 중지하길 촉구합니다. 또 이번 파업이 과연 무엇을 위한 파업인지 암환자와 가족 여러분들은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