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민연대의 사무국장으로서 지내온 지난 4달 남짓,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은 것에 실망했다. 이전 암 환자들을 위한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모임에서 지내온 시간이 1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때는 알지 못하던 것, 보이지 않던 것들을 알고 보게 되었기 때문일까. 참으로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분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김중배의 다이아반지가 좋다고는 하지만,

 

사무국에서의 하루의 일과가 시작하는 열 시. 전화가 울린다. 본인을 환자의 가족이라고, 혹은 본인이 환자라고 먼저 소개를 하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본인 주변에 이걸로 암을 치료한 사람이 여럿이 있으며 보다 많은 환자 분들이 혜택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암시민연대라는 암 환자를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의 사무국장으로써 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소식은 참 반갑다. 하지만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그건 건강기능식품임에도 약리작용을 한다는 것인가요?"

 

상대방은 한참을 얼버무린다. 건강기능식품이 약리작용을 한다는 것은 허위 과대 광고로서 식약청 고발대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그것도 좋다. 우리 암 환우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 적당한 과대 광고도 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완치 되었다는 분의 자료를 볼 수가 있을까요?"

 

열이면 열, 이 질문에는 흔쾌히 대답한다.

 

"아 물론이죠, 당장 팩스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자료를 보내온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왜일까. 그렇게나 훌륭한 결과를 가지고 있으면 주변 환우 분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 아니라 모든 암 환우분들에게 구세주가 될 것이며, 암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지구인들을 구원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의학계, 아니 건강기능식품계의 쾌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왜일까. 왜 아무도 보내오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주변에 그렇게 완치가 된 환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일까.

 

그럴때마다 나는 김중배의 다이아반지가 좋다며 떠나간 순애를 떠올린다. 아니, 그렇게 되면 오히려 사랑과 돈 사이에서 갈등하였던 심순애에 대한 크나큰 모욕이 되겠다. 암 환자들에게 완치를 시킬 수 있다며 유혹해 돈을 버는 그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들은 그렇게도 다이아반지가 좋았던 것일까.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투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하는 생각뿐인 환우와 가족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같은 사람으로써 그런 거짓말로 돈을 벌 생각을 하는 것일까.

 

같은 사람으로써 묻고 싶다

 

그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사랑하는 자식, 그리고 사랑하는 배우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랑하는 가족이 암에 걸렸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암을 고칠 수 있다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일 수가 있을까. 과연 어떨까. 물론, 건강기능식품이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건강을 보조하기 위한 역할로서 환자 분들이 투병시에 면역력 강화나 통증 완화 등 말 그대로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그것이 암 세포를 죽인다거나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하는 기능은 없다. 만약 그런 작용을 한다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의약품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분들이 이 건강기능식품을 마치 암을 이겨낼 수 있는 치료제인것 마냥 광고를 하고, 또 이에 현혹해 수백만원의 돈을 오로지 건강기능식품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게중에는 항암 치료나 현대 의학은 필요가 없다고 주장을 하며 자신들이 파는 제품만을 먹어야 한다는 정말 인간 이하의 것들도 있다. 그나마 식약청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건강기능식품이라면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니니 양반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건강기능식품도 아니고,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식약청 허가를 받은 것도 아닌데 기적의 OOO, 암을 완치시킬 수 있는 OOO, 신비의 OOO라면서 엄청난 가격으로 환우 분들을 희롱하는 무리배들이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사무국장이기에 세상 경험이 적기 때문일까. 어떻게 같은 사회에서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행위를 벌이고 있는지 아직까지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사람이 되진 못해도, 괴물이 되진 말자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주인공의 대사중에 '우리 사람이 되진 못해도, 괴물이 되진 말자'라는 것이 나온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암시민연대 사무국을 찾아 무언가 서류나 광고지를 잔뜩 펼쳐놓고 홍보를 하는 사람들이 온다. 나는 그 분들에게 묻고 싶다.

 

"선생님. 우리 사람이 되진 못해도, 괴물이 되진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무국의 하루는 광고를 하려는 사람들의 전화로 시작해, 홍보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의 방문으로 문을 마무리된다. 하지만 나는 마치지 못한 일들로 밤 열시까지 사무실을 지키고 앉아있는 날이 허다한데, 그때되면 찾아드는 전화가 이제 언론사나 방송사의 연락이다. 사기꾼들, 장사꾼들에게 피해를 받은 환우 분들, 이제는 무속신앙에서까지 암을 치유한다고 떠들어대고, 보험금을 납입하고도 그 혜택을 못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 등 암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서도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바란다. 결론은 하나다.

 

"같은 사람으로서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는지, 돈이 그렇게도 좋은지."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퇴근 시간을 놓쳐버린 나는 소파를 끌어다 붙여놓고 눈을 붙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환우 들이 얼마나 많은 장사꾼과 사기꾼 들에게 현혹당해 손해를 보고 있을까. 단지 금전적인 손해 뿐만 아닌 육체적인 피해와 정신적인 고통까지 생각하고 있노라면 잠을 자도 자는 것이 아니다. 꿈 속에서 나는 정의의 용사가 되어 사람도 되지 못하고 괴물이 되어버린 것들과 싸우는 꿈을 꾼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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